오늘 소개드릴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애나 켄드릭의 매력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의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넷플릭스에 이번 영화가 올라오자마자 손이 가게 된 영화입니다. 스릴러를 기대하기보다는 여성 생존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신다면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의 여자 주인공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애나 켄드릭
각본 이안 맥알리스터 맥도널드
출연 애나 켄드릭, 다니엘 소바토 외
국내개봉일 2024년 10월 18일
청소년관람불가
줄거리
*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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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촬영 중인 모델과 카메라 감독 '로드니 알칼라' 두 사람. 인터뷰 중 지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모델을 사진으로 담으며 그 아름다움을 연설하던 로드니 알칼라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그의 목을 조릅니다. 그리고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이를 인공호흡으로 살려내었다 다시금 폭행하죠.
배우를 지망하는 '셰릴'의 오디션장으로 화면은 넘어옵니다. 그를 앞에 두고 사담을 나누며 그녀를 무시하는 태도의 영화 관계자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노출을 요구하며 셰릴의 몸매를 평가합니다. 오디션을 망친 셰릴은 돌아오면서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읊조리는데요. 불쾌한 것은 많지만 참는 것에 익숙해 보이는 그. 낙심한 셰릴에게 에이전시는 영화, 드라마 오디션이 아닌 인기 프로그램인 데이팅게임이 참가하길 권합니다.
셰릴은 이 속상한 하루를 떨쳐버리기 위해 이웃인 '테리'와 술자리로 가지는데요. 테리는 그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내비치고 그에 당황한 셰릴이 불편해하자 바로 얼굴을 굳힙니다. 차가워진 분위기에 테리의 눈치를 보는 셰릴은 또다시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고 테리의 기분에 맞춰주게 됩니다.
그 사이 로드니는 대상을 바꿔가며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르고 또 그다음 피해자를 물색하는 장면들이 짜집기되어 전개됩니다.
결국 인지도를 위해 데이팅게임에 출연하기로 한 셰릴에게 프로그램의 MC '에드'는 남자들이 기가 죽을 수 있으니 똑똑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며 보다 몸매를 드러내는 옷으로 갈아입힙니다. 오늘 쇼에서 셰릴은 예쁘게 웃고만 있는데요. 그녀에게 쥐어준 큐카드에는 섹스어필이 가득한 멘트가 적혀있습니다. 셰릴을 두고 그를 쟁취하기 위해 도전을 한 남성은 3명. 1번, 2번 남성은 여성을 그저 잠자리를 위한 존재이자 예쁜 트로피라 생각하는데요. 3번 남성만은 뭔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는 로드니 알칼라죠.
영화의 시선은 관객석에 앉은 여성에게로 이동합니다. 남자친구의 가족과 함께 데이팅게임 관람을 온 '로라'는 3번 남성을 알아보고 혼비백산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로라의 기억 속에 살해당한 자신의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 친구가 만났던 남자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뒤쫓아온 남자친구는 로라에게 잘못 보았을 거라 진정을 시키려 하지만 아예 남자친구를 쫓아내고 프로그램 담당자를 찾습니다. 3번 남성이 살인 용의자임을 알리며 보안 직원에게 총괄 프로듀서를 만나게 해 달라 하지만 보안 직원은 그를 청소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합니다.
데이팅게임으로 돌아와 프로그램은 MC가 써준 대본이 아닌, 셰릴의 애드리브로 독신남들의 무식과 젠더감수성의 부재를 꼬집어 가며 그들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로드니는 자신을 무시하는 2번 남성에게 협박과 같은 장난을 치며 긴장감을 높이는데요. 결국 로드니의 말대로 셰릴의 선택은 3번 남성, 로드니 자신이었습니다.
어바웃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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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한번 톺아보자면, 마치 영화배우를 희망하는 셰릴의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 제목을 읽겠지만 로드니 알칼라의 시선에서 보자면 "오늘의 여자 사냥감"처럼 읽힙니다.
영화 내내 느껴지는 긴장감은 여성이라면 다 동일하게 느낄 것 같습니다. 불쾌한 시선, 원치 않는 평가와 성적대상화. 그리고 남성이 조금이라도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면 자연스레 저자세를 취하게 되는 셰릴의 모습 등. [오늘의 여자 주인공]에서는 비단 로드니뿐 아니라 모든 남성, 모든 상황 속에서 셰릴은 대상화가 되어 그려지는데요. 그것이 보통의 여성의 일상이기도 한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여성이 일상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 그 처절함을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위기의 순간을 흔히 말하는 촉으로 피하거나, 상황에 닥치게 되면 저자세를 취한다던가, 의사 결정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분위기에 맞춰 연기하는 등으로 여성들은 생존 감각을 예리하게 켜둔 채 살아갑니다.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배우 '애나 켄드릭'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요. 감독이자 주인공인 '애나 켄드릭'은 [트와일라잇]으로 이름을 알리다 [피치 퍼펙트]로 크게 인지도를 높였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만의 위트와 기괴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미스터 라잇]이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 영화를 좋아해 이번 영화의 연출 역시 취향이었습니다.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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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이 영화의 사건에 대해 추가 서술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실화라는 것인데요.
실제 미국 연쇄살인범 로드니 알칼라는 8살 아동 강간 및 폭행으로 체포된 전과가 있음에도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데이팅 게임"에 출연했고 그의 별명이 "데이팅 게임 킬러"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여성과 최종 커플까지 올라갔으나 부상으로 받은 놀이공원은 가지는 않았는데요. 여성이 로드니와 대화를 나눠보고 묘한 위화감에 방송국으로 전화해 그와의 데이트를 취소했다고 합니다.
로드니는 LA타임스에서 식자공으로,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출품 또는 과제 제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접근해 성폭행한 뒤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1979년 12살 로빈 샘소를 납치, 살해하여 1급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는 로빈 샘소를 포함해 5명을 죽인 혐의가 있지만, 그에게서 압수한 사진을 통해 130명가량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합니다. 로드니는 사형 선고를 받은 후로도 추가로 혐의가 드러났으나 캘리포니아 정부 방침상 사형되지 않은 채 수감생활을 하다 자연사했습니다.
영화에서 살아남은 가출 청소년 이야기 또한 실화라고 합니다. 15세였던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한 후 그를 안심시키는 연기를 통해 목숨을 부지하고 로드니가 화장실을 간 사이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로드니는 체포되었으나 보석금으로 바로 석방되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도 많은 피해자가 그를 신고했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추가로 피해자가 발생한 거죠.
영화 초반이 아닌 후미에 실화임을 밝혀 더욱 뜨악하게 만드는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젠더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처절하게 남을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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