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수많은 예술인들의 표현법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포악하고 강렬한 화법으로 사랑을 담은 영화. 오늘 소개드릴 영화는 [펀치 드렁크 러브]입니다.
영화를 보며 수 많은 영화들이 스쳐갔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개성은 그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게 남는 듯합니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
장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각본 폴 토머스 앤더슨
출연 애덤 샌들러, 에밀리 왓슨 외
국내개봉일 2003년 5월 8일
15세 이상 관람가
2002년 칸영화제 - 감독상
줄거리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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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여자형제들 틈에서 자란 주인공 '배리'는 그들의 과잉보호와 간섭에 무엇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대꾸 없이 입을 닫곤 하는데요. 그러다 다 억누르지 못한 감정이 분노로 폭발되어 주위의 물건들을 부시는 등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낡은 오르간. 배리는 이끌리듯 오르간을 사무실로 옮기게 됩니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법도 모르면서 말이죠. 그리고 오르간처럼 갑작스레 자신 앞에 나타난 '레나'에게 반하게 됩니다. 사실 레나는 동생의 친구로 배리의 사진을 보고 이미 호감을 가진 상태였습니다. 자연스레 그녀는 배리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서로에게 눈이 먼 두 사람을 방해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지난날 배리가 외로움에 걸게 된 폰섹스 업체인 폭력배 일당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는데요. 급기야 레나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폭발한 배리는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를 찾아갑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강한지 넌 모를 거야. 난 사랑에 빠졌거든. 사랑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넌 모를 거야."
어바웃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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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남다른 [펀치 드렁크 러브] 이 오묘한 단어의 조합을 사실 복싱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후유증을 말한다고 합니다. 마치 강력한 펀치로 어질어질한 기분처럼 사랑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말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의 작품으로는 [매그놀리아]를 접한 상태라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 영화였습니다. 역시는 역시나. 그의 미학이 대중적이지는 못할지라도 저의 마음을 아주 관통해 버렸는데요. 그만의 감각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정형적이고 감각적인 연출로 영화가 진행되었습니다.
PTA감독은 불완전한 인간, 불완전한 관계를 다루는 점에서 웨스 웬더슨 감독과도 비교가 많이 되는 감독이죠. 하지만 웨스웬더슨이 그 불완전함을 동화적으로 풀어낸다면 PTA감독은 예민하고 폭발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조급하고 불안한 심리는 영화 음악 역시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인물이나, 오브젝트 배치 그리고 화면 구도에서도 웨스 웬더슨과 비교가 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영화가 더 낫다 하는 것은 그저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이 되고요. 웨스 웬더슨 감독의 작품은 보다 통제되어 있다면 PTA 감독의 작품은 보다 의외성이 드러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내 오브젝트들이 가지는 의미를 나름대로 간단히 해석해 보자면 오르간은 우연한, 운명적인 사건이자 레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레나는 배리가 가진 외부의 이상이나 갈망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탈출구 EXIT는 짓눌린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내면으로, 그가 찾은 탈출구가 바로 '푸딩'이라는 티켓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착장이나 사무실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침체된듯한 푸른 빛의 배리는 붉은빛의 레나를 만나 점점 물들어가고 첫 화면에서 푸른 넥타이를 매던 배리는 뒤에서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있죠.
영화를 보기 전 감독에 대한 기대는 가득했지만 '애덤 샌들러'의 연기는 미지의 영역이었는데요. 우리가 익히 아는 그는 코미디 장르에서 탑급 배우로 그의 너스레 가득한 모습이 기본값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예민하고 폭발적인 면모를 알게 되어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마치 [이터널 선샤인]에서 빛이 나던 '짐캐리'가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물론 짐캐리는 그전에도 정극을 잘하는 배우였지만..)
불완전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부족한 채로 서로를 사랑하고 그렇기에 성장해 나가죠.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고할 때의 내뱉던 폭력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대사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 얼굴을 망치로 뭉개버리고 싶을 만큼 당신을 사랑해."
"당신 얼굴을 꼭꼭 씹은 후 눈알을 파내서 먹고 싶을 만큼 당신을 사랑해."
"8주만 있으면 푸딩 마일리지가 나와요. 그때까지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당신이 가는 어디든 나도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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