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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원더풀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여주는 그림자 아래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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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동화 속 세계를 훔쳐보는 듯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원더풀 라이프] 입니다.

 

[원더풀 라이프] 는 일상적인 고난, 사념에

온기를 더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각본 특징이 잘 느껴지는 영화로

 

주위에 남은 것은 온통 고통뿐인 사람에게

그 지겨운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원더풀라이프

장르 드라마, 판타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테라지마 스스무 외

국내개봉일 2001년 12월 8일

전체 관람가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 비평가 협회상,

토리노 국제 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낭트 3국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미술상 등

 

 

줄거리

* 스포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


사람들은 죽음 후 천국으로 가기 전 

중간역인 '림보'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단 하나 고르게 되는데요.

 

어렵게 선택된 기억은 림보 직원들로 하여금

영화처럼 구현되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한 이들을

마음 편히 영원으로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중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들은 림보에 남아 직원으로 일하게 되죠.

 

 

어바웃 필름


영화 초반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집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감독은 전문 배우뿐 아니라 일반인을 캐스팅하여

더욱 투박하게, 그러나 다정하게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곳곳에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하게끔 시간을 두기도 하고요.

 

그러다 중반 이후 이야기는 림보 직원들에 대해 말합니다.

앞서서 얘기한 것처럼 소중한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이죠.

림보의 직원들의 각자의 사정으로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수많은 타인의 기억들을 연출하게 됩니다.

 

주인공 '모치즈키 타카시' 역시 22살 어린 나이에 사망한 뒤

림보에서 50년이 넘게 머물러 있는 직원입니다.

그는 짧았던 이승에서의 시간과

그동안 누구와도 깊게 관계를 맺지 못한 탓에

소중한 기억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었는데요.

 

그러다 자신이 담당하는 '와타나베'의 선택을 돕는 과정에서

와타나베의 배우자이자, 자신의 약혼자였던 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약혼자가 선택한 추억이

자신과의 짧은 순간이었던 것도 알게 되죠.

 

모치즈키는 자신의 시선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찾던 것을 멈추고

자신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50년 동안 미뤄오던 추억을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오 년 전쯤 동호회활동으로 썼던 극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와 같이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이고

저승사자는 삶에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인지 망자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아마 고레에다의 영화를 본 후 글을 썼었다면,

그 선택에 무게가 또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하게 최고로 즐거웠던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기억하고 싶은

유일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그 무게감.

 

그 무게를 고레에다 감독은 너무나도

따스하게 동화적으로 풀어낸 듯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필모는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분이라

최근 나온 영화 [괴물]까지, 좋았던 영화가 한두 개가 아닌데요.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 새삼스레 본 영화들을 나열해 보니

많이 보기도 많이 봤고, 다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로 필모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따스한 감성,

그늘진 곳에서 웅크려진 채로 서로를 보듬는 온기,

고레에다 감독은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영화를 만든다 생각합니다.

 

이번 [원더풀 라이프] 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비어있는 의자를 비추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게 합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고레에다 감독의

질문이 일상 속에 깊이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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