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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더 납작 엎드릴게요 이건 오늘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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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니던 시절의 나는,

내로라할만한 기술도 없고, 

변변한 직급도 없던지라

들어가는 나이만큼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가는 듯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 는

그냥 어제의 나의 모습을 그린 듯

궁상맞은 직장인 생활을 보여줍니다.

 

2023 제25회 정돈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2023 제2회 섬진강영화제

2023 제10회 부산여성영화제

2023 제14회 광주여성영화제

 

 

줄거리


입사 5년이지만 여전히 회사 막내

'혜인'은 절이 회사입니다.

법복을 유니폼으로 입고서

스님께 업무 보고를 하고

점심식사는 발우공양으로 채우는

혜인의 직장생활은 얼핏 보기에는

우리의 일상과는 많이 먼, 이질적인 모습인데요.

 

하지만 그 사이사이 우리 일상,

우리 회사에서 볼 법한 상황과

캐릭터들을 훔쳐온 듯합니다.

 

매일 먹는 회사식당은 지겹고,

밥을 먹고 나서는 커피를 마시러 떠도는 직원들,

한 푼도 보태지 않고 얻어만 먹는 상사,

일거리는 많이 주면서 야근은 하지 말라는 회사.

 

쏟아지는 업무와 진상 고객들로

하루에도 수없이 극락과 지옥을 오가는

법당 옆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바웃 필름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의 맑은 연기가

매력적이었고 직장 상사 캐릭터들의

위트 있는 설정과 연기들까지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상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입은 절복을

사고 싶어서 검색을 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질적인 절이라는 직장 환경이

정갈한 분위기와 함께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 충분했다고 생각됩니다.

 

초반 영화 흐름은 주인공 혜인이 겪는

직장에서의 벌어지는 외부 사건들을 보여준다면

후반에는 조금 더 혜인의 안에서 생기는

감정의 일렁임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는 위트 있게, 무겁지 않게 전개되지만

자꾸만 혜인이 짠하고 응원하게 되었는데요.

 

사무직을 하면서 소설가의 꿈을 꾸는 내 모습이,

혜인과 겹쳐져 속상함이 더 컸나 싶기도 했습니다.

 

영화마다 그 후기를 얘기할 때

영화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가 있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 영화는 후자가 아닐까 합니다.

 

'원하시는 만큼 나를 누르세요.

제가 더 납작 엎드릴게요.'

 

마땅히 잘하는 것 없이 시간만 흘러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끝이 날까 봐

불안한 것은 나나 혜인뿐이 아니겠죠.

 

하는 일은 하찮고, 월급은 쥐꼬리만 하지만

이것마저도 지켜야 하는 우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더 납작 엎드리곤 합니다.

 

서투른 혜인의 모습을 보며 찡하다가도,

나만이 어설픈 삶을 사는 것이 아니구나

위로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혜인을 응원하며

또 나의 궁상맞은 직장 생활을 응원하게 되죠.

 

영화 내 큰 사건은 없다 보니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번 영화가 심심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소한 위로와 소소한 웃음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오늘도 납작 엎드린 채 열심히 밥그릇을 지키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혜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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